육십갑자와 일진 — 날짜에 이름을 붙이는 법
작성·편집 운세한잔 편집팀 · 게시일 · 콘텐츠 검토일
"올해는 병오년입니다", "오늘 일진이 좋다더라" 같은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임진왜란, 갑오개혁, 을사늑약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사건 이름 앞에도 낯선 두 글자가 붙어 있습니다. 이 두 글자가 바로 간지(干支)이고, 간지를 순서대로 늘어놓은 예순 개의 이름표가 육십갑자입니다.
육십갑자는 점술을 위해 만들어진 기호가 아니라 시간을 세기 위한 기수법(記數法)에 가깝습니다. 숫자가 널리 쓰이기 전, 동아시아는 해와 달과 날과 시각에 이 예순 개의 이름을 돌려 가며 붙여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육십갑자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왜 하필 60인지, 그리고 만세력이 오늘 날짜의 일진을 어떻게 알아내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육십갑자란 무엇인가 — 열 개의 간과 열두 개의 지
육십갑자는 두 벌의 기호를 짝지어 만듭니다. 하나는 십간(十干)으로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 열 개이고, 다른 하나는 십이지(十二支)로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 열두 개입니다. 십간은 하늘의 기운을 나타낸다 하여 천간(天干), 십이지는 땅의 기운을 나타낸다 하여 지지(地支)라고도 부릅니다.
두 벌을 앞에서부터 하나씩 짝지어 나갑니다. 갑+자로 갑자, 을+축으로 을축, 병+인으로 병인… 이렇게 열 번째에서 계유가 되면 십간은 소진되어 다시 갑으로 돌아가지만 십이지는 아직 술·해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열한 번째는 갑술이 되고, 어긋난 상태로 계속 맞물려 돌다가 예순 번째 계해에서 두 벌이 동시에 끝나며 다음 자리에서 다시 갑자로 돌아옵니다.
이 예순 개의 조합이 육십갑자(六十甲子)이며, 첫 글자를 따서 그냥 갑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상나라 시대 갑골문에도 이미 육십갑자로 날짜를 적은 기록이 남아 있어, 최소 3천 년 이상 끊기지 않고 이어져 온 시간 기록 체계입니다.
왜 120이 아니라 60인가
십간 10개와 십이지 12개를 자유롭게 조합하면 120가지가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쓰이는 조합은 절반인 60가지뿐입니다. 수학적으로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두 벌이 나란히 한 칸씩 전진하다가 동시에 처음으로 돌아오는 시점은 10과 12의 최소공배수인 60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설명은 음양(陰陽)으로 이야기합니다. 십간은 갑을 시작으로 홀수 번째가 양, 짝수 번째가 음입니다. 갑·병·무·경·임이 양간이고 을·정·기·신·계가 음간입니다. 십이지도 마찬가지로 자·인·진·오·신·술이 양지, 축·묘·사·미·유·해가 음지입니다. 두 벌을 순서대로 맞물리면 양간은 언제나 양지와, 음간은 언제나 음지와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갑자·을축은 존재하지만 갑축이나 을자 같은 조합은 육십갑자에 없습니다. 양과 음이 뒤섞인 짝은 애초에 만들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최소공배수라는 수학적 사실과 음양이 짝을 이룬다는 관념이 정확히 같은 결과를 가리키는 셈인데, 이 일치가 육십갑자를 오랫동안 설득력 있는 체계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십간 — 오행과 색을 품은 열 개의 기호
십간은 각각 음양과 오행(목·화·토·금·수)에 배정되어 있고, 오행에는 다시 방위와 색이 대응합니다. 두 글자씩 짝을 이루어 같은 오행을 나누어 갖는데, 앞의 글자가 양이고 뒤의 글자가 음입니다. 갑과 을이 목, 병과 정이 화, 무와 기가 토, 경과 신이 금, 임과 계가 수를 맡습니다.
새해마다 등장하는 "붉은 말의 해", "황금 돼지의 해" 같은 표현이 바로 이 색 대응에서 나옵니다. 2026년은 병오년인데, 병이 붉은색 화(火)이고 오가 말이므로 붉은 말의 해가 됩니다. 1990년과 2050년의 경오년은 경이 흰색 금(金)이라 백말띠의 해입니다. 60년에 한 번씩만 돌아오는 이름이라 그때마다 화제가 되곤 합니다.
| 천간 | 한자 | 음양 | 오행 | 색 | 방위 |
|---|---|---|---|---|---|
| 갑 | 甲 | 양 | 목(木) | 청색 | 동 |
| 을 | 乙 | 음 | 목(木) | 청색 | 동 |
| 병 | 丙 | 양 | 화(火) | 적색 | 남 |
| 정 | 丁 | 음 | 화(火) | 적색 | 남 |
| 무 | 戊 | 양 | 토(土) | 황색 | 중앙 |
| 기 | 己 | 음 | 토(土) | 황색 | 중앙 |
| 경 | 庚 | 양 | 금(金) | 백색 | 서 |
| 신 | 辛 | 음 | 금(金) | 백색 | 서 |
| 임 | 壬 | 양 | 수(水) | 흑색 | 북 |
| 계 | 癸 | 음 | 수(水) | 흑색 | 북 |
육십갑자 예순 개 — 여섯 개의 순(旬)으로 보기
육십갑자를 통째로 외우기는 어렵지만, 갑으로 시작하는 자리를 기준으로 열 개씩 여섯 묶음으로 나누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각 묶음을 순(旬)이라 부르며, 갑자순·갑술순·갑신순·갑오순·갑진순·갑인순 여섯 개가 있습니다. 아래 표의 각 행이 하나의 순입니다.
표를 세로로 읽으면 십간이 갑·을·병·정… 순서로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가로로 읽으면 십이지가 두 칸씩 밀려 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각 순마다 십이지 열둘 중 두 개가 쓰이지 않고 남는데, 전통 술수에서는 이 남는 두 지지를 그 순의 공망(空亡)이라 부릅니다. 예컨대 갑자순에서는 술과 해가 쓰이지 않습니다.
| 순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
| 갑자순 | 갑자 | 을축 | 병인 | 정묘 | 무진 | 기사 | 경오 | 신미 | 임신 | 계유 |
| 갑술순 | 갑술 | 을해 | 병자 | 정축 | 무인 | 기묘 | 경진 | 신사 | 임오 | 계미 |
| 갑신순 | 갑신 | 을유 | 병술 | 정해 | 무자 | 기축 | 경인 | 신묘 | 임진 | 계사 |
| 갑오순 | 갑오 | 을미 | 병신 | 정유 | 무술 | 기해 | 경자 | 신축 | 임인 | 계묘 |
| 갑진순 | 갑진 | 을사 | 병오 | 정미 | 무신 | 기유 | 경술 | 신해 | 임자 | 계축 |
| 갑인순 | 갑인 | 을묘 | 병진 | 정사 | 무오 | 기미 | 경신 | 신유 | 임술 | 계해 |
세차·월건·일진·시주 — 시간을 재는 네 층
육십갑자의 진짜 쓰임새는 시간의 여러 층위에 동시에 이름을 붙인다는 데 있습니다. 해에 붙인 간지를 세차(歲次), 달에 붙인 간지를 월건(月建), 날에 붙인 간지를 일진(日辰), 시각에 붙인 간지를 시주(時柱)라고 부릅니다. 사주팔자에서 말하는 네 기둥이 바로 이 네 층이고, 각 기둥이 두 글자씩이므로 여덟 글자, 곧 팔자가 됩니다.
네 층은 각각 다른 규칙으로 움직입니다. 세차는 입춘을 경계로 1년에 한 칸씩 나아가고, 월건은 24절기의 절(節)을 경계로 한 달에 한 칸씩 나아갑니다. 일진은 자정을 기준으로 하루에 한 칸씩, 시주는 두 시간마다 한 칸씩 움직입니다. 그래서 같은 날에 태어나도 태어난 시각이 다르면 시주가 달라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상위 기둥이 하위 기둥의 천간을 규정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날의 일간이 무엇이냐에 따라 자시(子時)의 천간이 결정되고, 그해의 연간에 따라 정월의 천간이 결정됩니다. 덕분에 네 층이 제각각 도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맞물려 돌아갑니다.
일진은 어떻게 계산할까 — 끊기지 않은 순환
해와 달의 간지는 양력 연도나 절기에서 비교적 쉽게 유도할 수 있지만, 일진은 사정이 다릅니다. 날짜의 간지는 달의 길이나 윤년, 심지어 역법 개정과도 무관하게 오직 하루에 한 칸씩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즉 일진에는 규칙적인 공식이 따로 없고, 어느 하루의 간지를 확정한 뒤 거기서부터 세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만세력은 반드시 기준일(앵커)을 둡니다. 기준일 하나를 확정해 두면 임의의 날짜와 기준일 사이의 일수 차이를 구하고, 그 차이를 60으로 나눈 나머지로 간지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날짜 사이의 일수를 오차 없이 세기 위해서는 천문학에서 쓰는 율리우스 적일(Julian Day Number)처럼 연속된 일련번호로 날짜를 바꾸는 방식이 편리합니다. 달마다 길이가 다르고 윤년이 끼는 달력을 그대로 빼면 실수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운세한잔의 만세력 모듈도 이 방식을 씁니다. 1949년 10월 1일이 갑자일이라는 사실을 앵커로 삼아 율리우스 적일 차이를 60으로 나눈 나머지로 일진을 산출하며, 외부 API 호출 없이 브라우저 안에서 계산이 끝납니다. 이렇게 얻은 일진은 손없는날 달력의 판정과 띠·삼재 계산의 기준으로도 함께 쓰입니다.
육십갑자로 이름이 남은 역사
숫자 연호가 일반화되기 전, 동아시아는 사건을 그해의 간지로 불렀습니다. 한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사건 이름 상당수가 그 흔적입니다. 1592년의 임진왜란은 임진년에, 1597년의 정유재란은 정유년에 일어났습니다. 1636년의 병자호란은 병자년, 1884년의 갑신정변은 갑신년, 1894년의 갑오개혁은 갑오년의 일입니다.
근대사에서는 1905년의 을사늑약, 1910년의 경술국치, 1919년의 기미독립선언이 대표적입니다. 3·1운동을 기미년 만세운동이라 부르고 독립선언서를 기미독립선언서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렇게 간지로 부르면 60년 안에서는 연도가 유일하게 특정되기 때문에, 당대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정확한 표기법이었습니다.
다만 60년마다 같은 이름이 돌아오므로 오래전 사건은 세기를 함께 밝혀야 합니다. 임진년은 1592년에도 있었고 1652년, 1712년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사 서술에서는 간지 이름과 서기 연도를 함께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환갑과 60년 주기, 그리고 오늘날의 간지
태어난 해의 간지가 예순 해 만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이라고 합니다. 갑자로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평균 수명이 짧던 시절에 예순 해를 채워 자기 간지를 다시 만나는 일은 큰 경사였고, 그래서 환갑잔치가 일생의 중요한 통과의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은 수명이 늘어 잔치 규모는 줄었지만, 만 60세를 인생의 한 매듭으로 여기는 감각은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간지를 가장 자주 만나는 곳은 새해입니다. 연말이면 다음 해의 간지와 색, 띠 동물이 뉴스와 디자인 상품에 등장합니다. 문화재 이름이나 고문헌의 날짜 표기, 제사 축문에서도 간지가 그대로 쓰입니다. 만세력 앱이나 달력 아래쪽의 작은 글씨도 대부분 그날의 일진입니다.
일진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말은 전통 택일 관습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다만 특정 간지가 실제로 그날의 길흉을 좌우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육십갑자는 3천 년 넘게 끊기지 않고 이어져 온 정교한 시간 표기 체계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흥미로운 문화유산이며, 길흉 해석은 오락과 문화 체험의 영역으로 즐기시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육십갑자는 왜 60개인가요?
십간 10개와 십이지 12개가 한 칸씩 나란히 전진할 때 처음 상태로 함께 돌아오는 지점이 10과 12의 최소공배수인 60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양간은 양지와, 음간은 음지와만 짝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두 설명은 정확히 같은 결과를 가리킵니다.
갑축이나 을자 같은 조합은 왜 없나요?
갑·병·무·경·임은 양간이고 을·정·기·신·계는 음간인데, 십이지도 자·인·진·오·신·술이 양지, 축·묘·사·미·유·해가 음지입니다. 두 벌이 순서대로 맞물리면 양은 양과, 음은 음과만 만나므로 갑축(양+음) 같은 조합은 애초에 생기지 않습니다.
일진은 어떻게 알아내나요?
일진에는 요일처럼 짧은 주기의 공식이 없고, 하루에 한 칸씩 60개를 무한히 반복할 뿐입니다. 그래서 간지가 확정된 기준일을 하나 정한 뒤, 알고 싶은 날짜와의 일수 차이를 구해 60으로 나눈 나머지로 계산합니다. 운세한잔은 1949년 10월 1일 갑자일을 앵커로 삼아 계산합니다.
세차·월건·일진·시주는 각각 무엇인가요?
해·달·날·시각에 붙인 간지를 각각 이렇게 부릅니다. 사주의 네 기둥(연주·월주·일주·시주)이 바로 이것이며, 기둥마다 두 글자씩이라 모두 여덟 글자가 되어 사주팔자라고 합니다. 세차는 입춘에, 월건은 절기의 절에 바뀝니다.
병오년, 경오년처럼 같은 말띠인데 이름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띠는 십이지만 보지만 연도의 정식 이름은 천간까지 함께 부르기 때문입니다. 말띠(오)에 붙을 수 있는 천간은 갑·병·무·경·임 다섯 가지여서 갑오·병오·무오·경오·임오 다섯 종류가 있고, 각각 12년이 아니라 60년 만에 돌아옵니다.
일진이 좋은 날에 중요한 일을 하면 결과가 달라지나요?
일진으로 길흉을 가리는 것은 전통 택일 관습이며, 특정 간지가 실제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육십갑자는 본래 시간을 기록하는 표기법이었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길일 정보는 마음가짐을 정리하거나 문화를 즐기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본 콘텐츠는 오락용입니다. 중요한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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